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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시작 (2023.01.01)

한 해의 시작 다른 해와 다르게 유독 고요했던 1월 1일. 새로운 해가 찾아왔다는 벅찬 느낌도, 올 한 해가 지나갔다는 아쉬운 느낌도 없었다. 나이가 늘었다는 감각도 없었고, 설레임을 담은 새해 목표 같은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날짜는 모두의 의사소통을 위해 규정된 그 무언가. 그 이상의 것도, 그 이하의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보통의 또 다른 하루가 지나갔다. 일기장을 들추어 보았다. 작년 이맘때쯤의 내가 보였고, '편안함'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지난 한 해의 목표, 바로 '덜어내기'였다. 세상의 그 모든 것들에 압도되는 감정을 느끼고 있을 그 어느 시점에 내가 날 살리기 위해 선택한 목표. 내 주변을 이루는 것들을, 내 마음 속의 여러 생각들을. 덜어내고, 비워내고, 고르고 ..

2024.01.04

소중한 것들 (2023.12.28)

소중한 것들 하루의 짧은 만남 속에서 피워낸 한 마디가 소중하고, 어쩌면 다시는 마주치지 못할 인연에게 보낸 한 번의 미소가 소중하다. 항상 스쳐지나가다 드디어 오롯이 마주하게 된 풀잎 하나가 소중하고, 이 날, 이 시간, 이 공기 속에서 바라본 하늘은 이것이 유일하기에 소중하다. 그간 가보지 않았던 새로운 방향으로 내딛은 한 걸음이 소중하고, 빛이 보이지 않는 기나긴 터널을 지나 얻어낸 작은 깨달음 하나가 소중하다.

2023.12.29

고통 구경하는 사회 (2023, 김인정)

고통 구경하는 사회 김인정 - 문장 되새기기 - 0. 들어가며 16p 매체가 고통의 스펙터클에 일정 분량의 시간을 할애하기를 애호한 게 먼저였는지, 대중이 뉴스 안에서 일정한 양 이상의 고통을 보기를 원한 게 먼저였는지는 알 수 없다. 어느 분야에서건 수요와 공급은 서로를 북돋고 창출해 낸다. 무엇이 먼저였든, 언론은 오늘도 안방의 브라운관 앞까지, 손안의 스마트폰 화면 앞까지 고통을 질질 끌어다 놓는다. 1. 새롭고 특별한 고통이 여기 있습니다 28p '아무것도 하지 않는 카메라'에 관한 오랜 공포가 있다. 찍고 있지만 상황을 냉담하게 기록할 뿐, 상황을 개선하지 않는 카메라. ... 공포의 근원은 이걸 찍어서 보여준 뒤에도 내가, 이걸 본 뒤에도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못할 수도 있다는 데 있다..

2023.12.26

[오늘의 음악] Panic! At The Disco - High Hopes

Panic! At The Disco High Hopes 코멘트 2018년에 발매된 'Pray for the Wicked'에 수록된 곡. 고등학생 시절, 나에게 큰 힘이 되어 주었던 곡이다. 갑자기 이 곡이 떠오르게 된 것은 바로 다음의 커버 때문. 알고리즘의 힘으로 위 커버 동영상을 접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보컬인 Gabriela Bee의 힘 있는 목소리와, 영상에서 전해지는 활기찬 에너지가 너무 좋았다. 웅장한 원곡과는 달리 잔잔하고 통통 튀는 조합의 악기 구성도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원곡과는 또 다른 느낌의 매력을 가지는 커버곡이었다. 곡의 가사 얘기를 해보자면, 꿈을 쫓는 모든 이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가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High hopes', 'Stay up on that rise..

오늘의 음악 2023.12.24

[오늘의 음악] 박봄 - 아이(I) (Feat. DAWN)

박봄 아이(I) (feat. DAWN) 코멘트 바로 얼마 전 발매된 박봄의 신곡. 가사와 무관하게 듣기만 해도 위로가 되는 노래들이 있다. 박봄의 'You And I'는 나에게 그런 곡들 중 하나였다. 마찬가지로 나는 이번에 새로 발매된 이 곡에서도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한 사람의 감정에 대해 솔직하게 가감없이 담겨진 가사들이 마음을 울렸다. 초라하고, 외롭고, 위태롭지만. 마치 '그래도 괜찮다'며 말없이 손을 내밀어주는 느낌이랄까. 가장 처절하게 느껴졌던 부분은 후렴구의 'Lonely, Lonely'와 함께 울려 퍼지는 부분이다. '제발 내게 와줘, 올 순 없어?'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가장 가슴이 아팠다. 갑자기 밀려든 미묘하게 울적하고 답답한 감정에 한 줄기 빛이 되어 준 노래. 오늘 밤은 이 노..

오늘의 음악 2023.11.28

[오늘의 음악] 하현상 - 불꽃놀이

하현상 불꽃놀이 코멘트 얼마 전 새롭게 알게 된 노래.듣자마자 바로 플레이스트에 담은 노래다. 쓸쓸한 감성이 가득 묻어나오는 노래로, 하루를 마치고, 창밖의 저녁 노을을 바라보며 듣기 좋다. 평소 이렇게 끝으로 갈수록 고조되는 형식의 노래를 좋아한다. 곡의 초반부부터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올려 곡의 후반부에서 터뜨리는 그 느낌이 좋다. 이 곡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끝에 대에 이야기한다. 태워버리다 사라져버린다. 돌아간다. 두고 내린다. 부서진다. 벅차오르는 멜로디 위에서 끝을 노래하는 모습이 왜인지 모르게 가슴에 맺혔다. 가장 공감 되었던 가사는 후렴구 가사. '저물어가는 태양이 어딘가 떠밀려가던 내 뒷모습 같아 태워버리고 태워버리다가 남김없이 사라져버릴까' 지금 나는 떠밀려가고 있을까? 끝내는 사라지게,..

오늘의 음악 2023.11.21

[오늘의 음악] Sabrina Carpenter - Feather

Sabrina Carpenter Feather 코멘트 2023년 3월에 발매된 'emails i can't send fwd:'에 수록된 곡. 어쩌다가 플레이리스트에서 듣게 된 지는 꽤 되었었는데, 이번에 갑자기 뮤직비디오도 올라오고 다시 회자되고 있는 듯하다. 가사는 대략 '이제 너랑 끝나서 속이 다 시원해' 이런 느낌. 전에 포스팅한 Sabrina Carpneter의 'Sue Me'와도 비슷한 결의 가사를 가지고 있다. 후반부에 'I'm so sorry for your loss'라고 하면서 웃는 부분에서는 Taylor Swift가 'This Is Why We Can't Have Nice Things'의 후반부에서 웃음과 함께 'I can't even say it with a straight face'라..

오늘의 음악 2023.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