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2023.11.16)

한걸음 365 2023. 11. 16. 19:43

관계


해가 지날수록 나를 오롯이 아는 사람이 줄어드는 것 같다.
 
새롭게 만나게 된 이들과는 대부분 비즈니스적으로 맺어져 피상적인 대화가 주를 이루고,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이들과는 각자의 스케줄로 점차 그 연락과 만남의 주기가 길어지고 있다.
 
어렸을 적에는 대부분 학교나 학급 단위로 다같이 움직이고 많은 시간을 함께하니
그만큼 공통적으로 나누고 공감할 이야깃거리들이 많았지만,
대학교 이후로는 각자 배우는 일도 하는 일도 달라져 공통분모가 점점 줄어들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에 공감하기 어려워지고,
어렵게 꽃피운 대화 주제도 금세 사그러들고 만다.
 
매일 근심 섞인 하루를 보내고 힘겹게 몸을 누이지만
모두가 각자의 짐을 지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말없이 엷은 미소만을 띄우며 나의 짐들을 애써 숨긴다.
괜찮지 않은데 한없이 괜찮은 척을 하며
나에 대한 이야기 대신 상대방에 대한 질문으로 대화의 빈틈을 채우려 애쓴다.
 
그렇게 점점 나의 하루와 기쁨, 슬픔에 대해 공유하는 일들이 줄어들며
어쩌면 당연한 사실일지도 모르겠지만,
나에 대해 오롯이 알고 있는 사람이 오직 나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누지 못한 이야기, 가려진 속마음만큼 우리는 서로의 본질에서 멀어졌다.
 
서로를 향한 흔들림 없는 마음 아래
그 무엇도 거리낄 것 없이 속마음을 나누고
서로를 한껏 품어줄 수 있는 이가 있었으면 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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