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2021, 룰루 밀러)

한걸음 365 2023. 9. 10. 10:26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


 

 

 

- 문장 되새기기 -

 

 


 

3. 신이 없는 막간극

 

54p
"의미는 없어. 신도 없어.
어떤 식으로든 너를 지켜보거나 보살펴주는 신적인 존재는 없어.
내세도, 운명도, 어떤 계획도 없어.
... 진실은 이 모든 것도, 너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란다."

 

55p
"혼돈은 우리의 그 무엇에도 관심이 없다.
우리의 꿈, 우리의 의도, 우리의 가장 고결한 행동도."

 

57p
"넌 중요하지 않아."
...
"그러니 너 좋은 대로 살아."

 

58p
나는 평생 광대 신발을 신은 허무주의자 같은 아버지의 발자국을 따라 걸으려 노력해왔다.
우리의 무의미함을 직시하고, 그런 무의미함 때문에 오히려 행복을 향해 뒤뚱뒤뚱 나아가려고 말이다.

 


 

4. 꼬리를 좇다

 

89p
이 우주에서 아직은 미지의 한 조각에 불과한 새로운 물고기를 한 마리 한 마리 잡아나가고,
새로운 이름을 하나씩 붙일 때마다 믿을 수 없는 도취적인 감정이 몰려왔다.
혀에 닿는 그 달콤한 꿀, 전능함에 대한 환상, 그 사랑스러운 질서의 감각.
이름이란 얼마나 좋은 위안인가.

 


 

5. 유리단지에 담긴 기원

 

95p
그가 의자를 예로 든 의도도 같은 맥락에 속한다.
겸손을 유지하라는 것, 우리가 믿는 것들, 우리 삶 속 가장 기본적인 것들에 대해서도
늘 신중해야 한다는 걸 되새겨보게 해주는 사례인 것이다.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기를 원한다면 그 생각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6. 박살

 

111p
당신 삶의 30년이 한순간에 수포로 돌아간 모습을 보고 있다고 상상해보라.

무엇이든 당신이 매일 하는 일, 무엇이든 당신이 소중히 여기는 일,
그것이 아무 의미 없다고 암시하는 모든 신호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중요한 것이기를 희망하면서
당신이 매일같이 의지를 모아 시도하는 모든 일들을 떠올려보라.

그리고 그 일에서 당신이 이뤄낸 모든 진척이
당신의 발치에서 뭉개지고 내장이 튀어나온 채 널브러져 있는 걸 발견했다고 상상해보라.

 

115p
하지만 받아들이자. 이것이 우주가 우리에게 준 것이다.
혼돈이 지배한다는 것,
나에게는 이보다 더 분명한 메시지는 없어 보였다.

 

120p
도시의 자주색 불빛이 창으로 쏟아져 들어올 때면
나는 그 모든 것의 현실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곤 했다.

내 인생에 생긴 공백을,
내가 품은 희망의 빛이 나를 더 따뜻이 데워줄수록
점점 더 넓어지고 차가워지기만 하는 그 공백을 말이다.

 


 

7. 파괴되지 않는 것

 

125p
그는 갈수록 더욱더 내 아 버지와 비슷한 소리를 했다.
인간이 살아가는 방법은 매번 숨 쉴 때마다 자신의 무의미성을 받아들이는 것이며,
거기서 자기만의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이다.

 

126p
데이비드는 과학적 세계관이 골치 아픈 점은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할 때
그 세계관이 보여주는 것은 허망함 뿐이라는 사실을 고백한다.

"우리가 붙인 불은 숯을 남기고 죽는다.
우리가 지은 성들은 우리 눈앞에서 사라진다.
강은 바닥을 드러내고 사막의 모래만 남긴다."

 

133p
운명의 형태를 만드는 것은 사람의 의지다.

이 말은 그가 자기 자신에게 결코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바로 그런 종류의 거짓말이다.
자연은 인간의 사정을 봐주지 않으니까!
그조차도 절망에 완전히 집어삼켜지지 않으려면
그 거짓말이 진실이기를 믿어야만 했던 것이다.

 


 

10. 진정한 공포의 공간

 

189p
이것이 바로 다윈이 예언했던 그런 상황이다.
그가 지구의 수많은 생명들의 순위를 정하지 말라고 그토록 뚜렷이 경고한 이유는
"어느 무리가 승리하게 될지 인간은 결코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11. 사다리

 

202p
데이비드는 공개적으로는 자기기만을 그토록 공격했지만,
... 특히 시련의 시기에는 더욱더 자기기만에 의존했던 듯하다.

"긍정적 착각은 견제하지 않고 내버려둘 경우
그 착각을 방해하는 것은 무엇이든 공격할 수 있는 사악한 힘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경고한
그 심리학자들의 말이 옳았던 것 같다.

 

207p
그것은 혼돈이었을 것이다.
... 아무런 목적도 의미도 없이,
개미들과 별들과 함께 세상의 가장자리에서 떨어져 내리는 느낌.
소용돌이치는 혼돈의 내부에서 바라본,
차마 마주 볼 수 없을 만큼 눈부시고 가차 없고 뚜렷한 진실.
너는 중요하지 않아라는 진실을 흘낏 엿본 바로 그 느낌일 것이다.

 

208p
나는 탈출하려고 그토록 애써온 지구로 다시 돌아왔다.
무슨 일을 하든, 자신의 사명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강하든,
얼마나 열심히 뉘우치든 어떤 피난처도 약속도 주지 않는 황량한 지구로.
...
혼돈을 이길 방법은 없고,
결국 모든 게 다 괜찮아질 거라고 보장해주는 안내자도,
지름길도, 마법의 주문 따위도 없다.

 


 

12. 민들레

 

226p
천천히 그것이 초점 속으로 들어왔다.
서로서로 가라앉지 않도록 띄워주는 이 사람들의 작은 그물망이,
이 모든 작은 주고받음...이 밖에서 보는 사람들에게는 그리 대단치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그물망이 받쳐주는 사람들에게는 어떨까?
그들에게 그것은 모든 것일 수 있고,
그들을 지구라는 이 행성에 단단히 붙잡아두는 힘 자체일 수도 있다.

 

227p
별이나 무한의 관점, 완벽함에 대한 우생학적 비전의 관점에서는
한 사람의 생명이 중요하지 않아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무한히 많은 관점 중 단 하나의 관점일 뿐이다.

... 한 ... 관점에서 보면, 바로 그 사람은 훨씬 더 많은 의미일 수 있다.
... 웃음의 원천, 한 사람이 가장 어두운 세월에서 살아남게 해주는 근원.

 


 

13. 데우스 엑스 마키나

 

250p
그것은 정확히 그가 자기 학생들에게 이해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이기도 했다.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우리 발밑의 가장 단순한 것들조차
거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우리는 저넹도 틀렸고, 앞으로도 틀리리라는 것.
진보로 나아가는 진정한 길은
확실성이 아니라 회의로, "수정 가능성이 열려 있는" 회의로 닦인다는 것.

 


 

13. 에필로그

 

257p
나는 그 커튼들 너머, 우리가 자연 위에 그려놓은 선들 너머를 간절히 보고 싶었다.
다윈이 거기 있을 것이라 약속했던 땅, 분기학자들이 볼 수 있었던 땅,
어류는 존재하지 않으며 자연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잇는 것보다
더 경계가 없고 더 풍요로운, 아무런 기준선도 그어지지 않은 그곳을.

 

263p
내가 물고기를 포기했을 때 나는, 마침내, 내가 줄곧 찾고 있었던 것을 얻었다.
... 바로 희망에 대한 처방이다. 나는 좋은 것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약속을 얻었다.
파괴와 상실과 마찬가지로 좋은 것들 역시 혼돈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죽음의 이면인 삶. 부패의 이면인 성장.

 

264p
그 좋은 것들, 그 선물들, 내가 눈을 가늘게 뜨고 황량함을 노려보게 해주고,
그것을 더 명료히 보게 해준 요령을 절대 놓치지 않을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매 순간, 인정하는 것이다.
산사태처럼 닥쳐오는 혼돈 속에서
모든 대상을 호기심과 의심으로 검토하는 것이다.

 

 

 

 

 

* 본문 이미지 출처

  : (알라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http://aladin.kr/p/I4F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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