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2022, 김혜남)

한걸음 365 2023. 5. 29. 09:52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김혜남


 

 

 

- 문장 되새기기 -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이번에는 용감히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리라.

느긋하고 유연하게 살리라.

그리고 더 바보처럼 살리라.

매사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며

더 많은 기회를 붙잡으리라.

더 많은 산을 오르고, 더 많은 강을 헤엄치리라.

...

어쩌면 실제로 더 많은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일어나지도 않을 걱정거리를 상상하지는 않으리라.

 

- 나딘 스테어의 시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중에서


 

0. 10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을 펴내며

 

8p
즉 세상에 문제 없는 사람은 없다.
모든 사람이 어느 정도의 문제는 다 가지고 있다.
그러니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부끄러워하거나 부정할 필요가 없다.

 

8p
오랫동안 병마와 싸워 오다 보니 가끔은 아무나 붙잡고 푸념을 늘어놓고 싶을 때가 있고,
고통을 참을 수 없어서 소리를 지르고 싶을 때가 있다.
후회할 걸 뻔히 알면서도 타인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할 때도 있다.
늘 평정심을 잃지 않고 사람들에게 유쾌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만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는 것이다.

 

9p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그것을 고치고 싶어하는 당신은 지극히 건강하다.
잘못한 것에 대해 후회하고 반성하며
내일은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
당신은 어떻게든 성장해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0. 프롤로그 - 파킨슨병이 내게 가르쳐 준 것들

 

11p
잘못된 길이라면 아예 내딛고 싶지 않은 그녀의 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이미 몇 번 실패를 경험한 그녀가 많이 지쳐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계속 결정을 미룬 채 고민을 더 해 봐야 시간만 흘러간다는 것이다.
 ...
가서 경험을 해 봐야 자신과 맞는지 안 맞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13p
그렇게 한 달이 지난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절망한 채 누워 있는다고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는데,
게다가 다행히 병이 초기 단계라 아직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은데,
'내가 왜 이러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일어났고, 하루를 살았고, 또 다음 날을 살았다.

그렇게 지금까지 살아왔다.

 

14p
병이 이미 내 건강의 많은 부분을 앗아 갔고
앞으로 지적 능력까지 빼앗아 갈지 모르지만
아직 닥치지 않은 일이니 걱정해 봐야 아무 소용없다.
그래서 걱정하지 않는다.

 

14p
한 가지 후회하는 게 있다면
인생을 너무 숙제처럼 해치우듯 살았다는 것이다.
... 난 늘 의무와 책임감에 치여 어떻게든 그 모든 역할을 잘해 내려 애썼다.
나 아니면 모든 게 잘 안 돌아갈 거라는 착각 속에 앞만 보며 달려왔고,
그러다 보니 정작 누려야 할 삶의 즐거움들을 놓쳐 버렸다.
... 제대로 만끽하지 못한 채 스스로를 닦달하듯 살았던 것이다.

 


 

1. 30년 동안 정신분석 전문의로 일하며 깨달은 인생의 비밀

 

25p
'내가 왜 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느라 현재를 망치고 있는 거지?'

 

26p
살다 보면 예기치 않은 불행이 닥쳐올 때가 있다.
그것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그 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는 내가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달려 있다.

 

30p
실패나 실수를 용납하지 못하는 완벽주의자들은 '사는 재미'를 모른다.
매일같이 높은 목표를 세워 놓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오늘을 다 바치기 때문이다.
목표를 이루지도 못했는데 도중에 삶을 즐긴다는 건 그들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30p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되어야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한다.

 

32p
"나는 평생 생의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헤맸다.

그러나 인생의 모든 순간이 결정적 순간이었다."

 

32p
그래서 나는 완벽한 때를 기다리지 않는다.
내 삶에는 늘 빈 구석이 많았고,
그 빈 구석을 채우는 재미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테니까.

 

35p
'아, 한 발짝이구나.'

내가 가려는 먼 곳을 쳐다보며 걷는 게 아니라
지금 있는 자리에서 발을 쳐다보며 일단 한 발짝을 떼는 것,
그것이 시작이며 끝이다.

 

36p
이 길이 맞을까 저 길이 맞을까,
우리는 늘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어떤 길로 가는 게 맞을지는 모르지만
걸어간 길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은 나의 몫이다.

 

37p
내 경험상 틀린 길은 없었다.
실패를 하더라도 실패로부터 무언가를 배우면 그것은 더 이상 실패가 아니었고,
길을 잘못 들었다 싶어도 나중에 보면 그 길에서 내가 미처 몰랐던 것들을 배움으로써
내 삶이 더 풍요로워졌다.

 

40p
초보가 초보일 수 있으려면,
그 주변에서 초보의 서행을 묵묵히 지켜보고 인정해주는 환경이 필요하지 않을까.

 

46p
그것은 하나의 문이 닫힌 것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46p
차선의 길에서 미처 생각지 못한 더 큰 가능성을 발견할 수도 있다.
정말이지 가 보지 않으면 모르는 게 인생이고,
끝까지 가 봐야 아는 게 인생이다.

 

50p
상황은 변한 게 없었다.
다만 바뀐 것은 그녀의 생각이었다.

 

55p
일의 기쁨과 행복을 느끼기보다
행여 뒤처질세라 쫓기듯이 일을 하고 공부를 했다.
...
삶을 즐기려고 마음먹었다면
출근하며 하늘 한 번 쳐다볼 여유를 가지고
환자들을 기쁘게 맞이할 수 있었을 텐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60p
"아들에게는 그렇게 말해 줄 거라면서
왜 정작 당신 자신에게는 가혹한가요?

 

61p
유대인으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정신 의학자 빅터 프랭클은
가진 것을 모두 빼앗기고 최악의 상황에 놓인다 해도
우리에게는 절대 빼앗길 수 없는 한 가지가 있다고 했다.

그것은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까에 대한 우리 자신의 선택권이다.

 

61p
인생은 우리의 뜻대로 흘러가기도 하지만
때론 우리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그 사실은 우리를 슬프게 하지만
... 다시 인생의 키를 잡고 전진하다 보면
작은 결실이라도 반드시 맺는 때가 온다.
비록 그것이 내가 애초에 바라던 것은 아니었을지라도 말이다.

 

62p
나쁜 일이 꼭 나쁜 일이라는 법도 없다.
나쁜 일이 나중에 보면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때도 종종 있다.

 


 

2. 환자들에게 미처 하지 못한, 꼭 해 주고 싶은 이야기

 

67p
인생을 단순하게 봤던 어린 시절에서 벗어나

다양한 경험을 거치면서 여러 각도에서 인생을 폭넓게 바라본다.
또한 자신의 의견과 반대되는 것도 중요한 진실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72p
가슴이 꽉 막힌 것 같을 때,
이보다 더 초라할 수가 없을 때,
앞날에 아무런 희망이 없고 모든 것이 끝난 것만 같을 때,
...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의 손을 잡고 실컷 울고 나면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을지라도
우리는 가슴이 시원해짐을 느낀다.

 

77p
일단 문제의 원인을 어렴풋하게나마 알게 되면 그 문제로부터 '거리 두기'가 가능해진다.
... 하는 이유가 ... 때문인 것을 알고 나면 적어도 현재와 과거를 분리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다시 똑같은 상황에 놓였을 때 멈칫하게 된다.
... 그러면 스스로 선택권을 쥐게 된다.
과거 속에서 살 것인가, 아니면 현재를 있는 그대로 직시할 것인가.

이때 현재의 고통이 과거에서 유래됐음을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마음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기에 지금과 같은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것인지 자세히 알 필요가 있다.
과거의 일이 지금의 심리 구조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그 매커니즘을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79p
현재를 덮고 있는 과거의 무거운 이불을 걷어 내고
밖으로 나와서 맑은 공기를 마시고 푸른 하늘을 보는 것이다.
과거가 고통스러웠다고 해서 현재까지 고통스러워야 한다는 법은 없다.

 

81p
사랑하는 사람을 구원하려 들거나 치유하려 들면 안 된다.
그러는 순간 그 관계는 깨어지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만일 사랑하는 사람이 ...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면
... 그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기다려 줘야 한다.
그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면서 말이다.

 

81p
만일 당신이 상대를 치유하려 들면 어느새 당신은 상대를 지배하려 할 것이고,
상대는 자신을 통제하려는 당신에게 엄청난 분노를 쏟아 낼 것이다.
서로의 감정이 통제되지 않은 채 복잡하게 얽히면
...서로 상처투성이가 된 채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것이다.

 

81p
사랑은 분명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 감추고만 싶었던 나의 약점과 단점을 알고도
 누군가 나를 진심으로 좋아해 주고 받아들여 주면
'내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구나' 하는 긍정적인 확신을 갖게 된다.
... 사랑 안에서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고 그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그래서 정신분석가들은 "좋은 치료자 백 명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게 더 낫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82p
하지만 그것은 당신이 쏟는 사랑 자체에서 나오는 것이지,
당신이 상대를 치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그저 사랑하는 일,
그리고 기다려 주는 일뿐이다.

 

93p
타인에 비난에 흔들리지 않고,
틀리면 고치면 된다고 생각하고,
부당한 지적에는 옳지 않다고 말할 수 있고,
... 타인과 대등한 관계에 설 수 있는 태도 또한
나를 믿고 존중하는 데서 출발한다.

 

97p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해질수록 삶은 매우 불안정해진다.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에 대한 확신이 줄어들고,
자꾸 타인의 시선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고,
타인의 요구에 순응해야 할 것 같은 상태에 놓이기 때문이다.

 

106p
꽁꽁 걸어 잠근 마음의 빗장을 푸는 데 필요한 것은
결국 누군가의 다정함이기 때문이다.

 

109p
억압된 감정은 중화되거나 승화되지 못하고 곪게 된다.
그러므로 어떤 감정이든 생기면 그 감정을 차분히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
... 그러면 먼저 ... 감정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감정을 들여다볼 수 없게 되고, 감정은 적절히 조절될 기회를 놓치게 된다.

 

111p
감정을 표현할 때는 상대방을 원인으로 돌리지 말고
'나는 ~라고 느낀다'라는 문장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 '나'를 주어로 해서 문장을 만들면 '내' 느낌을 순수하게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 있다.

 


 

3. 내가 병을 앓으면서도 유쾌하게 살 수 있는 이유

 

117p
"어쩌면 세상에서 진실로 두려운 것은
눈이 있어도 아름다운 것을 볼 줄 모르고,
귀가 있어도 음악을 듣지 못하고, 
마음이 있어도 참된 것을 이해하고 감동하지 못하며
가슴의 열정을 불사르지 못하는 사람이 아닐까."

 

118p
나도 파킨슨병이 아니었다면 여전히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을 놓치고 살면서도
그걸 왜 굳이 알아야 하느냐고 반문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지는 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경이로운지 조금은 알 것 같다.

 

119p
어제보다 오늘이 나으면 다행이지만
오늘이 어제보다 안 좋을 수도 있다.

 

125p
잃어버린 것을 슬퍼하느라 나에게 다가오는 소중한 것들에 감사할 줄 몰랐다.
훨씬 더 행복할 수 있었는데 만족을 모르는 내 욕심이 그것을 가로막고 있었다.

 

125p
무엇보다도 나 자신에 대한 욕심이 그 어떤 일을 해도 늘 나를 불만족스럽게 만들었다.
... 나에 대한 지나친 기대가 나의 행복을 가로막아 온 것이다.

 

126p
무엇인가를 더 원하고, 그것을 손에 넣는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건 아니다.
원하던 것을 손에 넣는 순간 바로 우리는 더 큰 것을 원하게 된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데 그에 비해 내가 가진 것이 늘 부족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126p
행복은 오히려 덜어 냄으로써 찾아온다.
가지지 못한 것들에 대한 욕심을 덜어 내는 것,
나에 대한 지나친 이상화를 포기하는 것,
세상은 이래야 하고 나는 이래야 한다는 규정으로부터 벗어나는 것.

그것이 바로 있는 그대로의 나와 세상을 똑바로 보고,
내 인생의 주인이 되어 그 안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지름길이다.

 

127p
지나친 이상화에서 벗어나야
나와 타인에 대해 좀 더 너그러워질 수 있으며,
그래야 서로 감싸 주며 사랑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127p
그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다른 사람의 사랑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의 사랑이었던 것이다.

 

131p
어린아이는 아직 자아나 현실감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해서
좌절이나 심리적 충격을 받았을 때 이해하고 처리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그래서 바로 격한 감정을 보이며 상처가 깊고 오래 남는다.

이러한 상처는 어른이 되어서도 크고 작은 흔적을 남긴다.
마치 비 오거나 흐린 날이면 예전의 상처가 욱신거리고 쑤셔 오는 것과 같다.

 

132p
분노나 화는 자신을 보호하려는 감정이다.

하지만 심한 분노에 사로잡히면
끝없이 되풀이되는 과거의 기억과 감정 때문에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 분노가 통제되지 않으면 ... 결국 자신마저 무참하게 파괴해 버린다.

 

133p
용서란 자신과 상대에 대해 품고 있던 이상을 접고,
현실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작업이다.

 

133p
"우리가 용서해야 할 사람은 타인만이 아니라네, ...
우리 자신도 용서할 수 있어야 해.
여러 가지 이유로 했어야 했는데 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도 용서해야 하네.
일이 이리저리하게 되지 않았다고 탓할 수만은 없지.
...
그 생각 때문에 나 자신을 질타하곤 했어.
이제 와 돌이켜 보면 그런 질타가 아무 소용없다는 것을 알겠어.

화해하게,
자기 자신과 주위의 모두와...
자신을 용서하고 그리고 타인을 용서하게."

 

152p
누군가 나를 비난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게 부당하다면 그 비난을 받지 않으면 된다.
아무리 기분 나쁜 일이라도 그것을 받아들일지 말지는 나의 선택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161p
상대방이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해주지 못하더라도
그저 관심을 가지고 들어 주면
내 이야기를 쭉 풀어놓으면서 스스로 문제를 정리하고 해법을 찾아간다.
비록 문제가 해결된 게 아니더라도 다시 살아갈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164p
듣는 작업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중간에 참견이나 비판을 하지 않는 것도 힘들고,
듣는다는 자체가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
그러므로 만약 당신에게 그런 사람이 있다면 당신은 행운아다.
그런 존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기왕이면 당신이 그런 존재가 되어 보면 어떨까.

 

166p
호응해 주고 감탄해 주면 그 순간의 즐거움은 몇 배가 된다.
간단한 몇 마디로 몇 배의 행복을 느낄 수 있다니,
세상에 이만큼 남는 장사가 어디 있겠는가.

 

167p
사진을 찍으면서 또 한 번 깨달았다.
세상은 내가 보고 싶어 하는 만큼 보여 준다는 걸,
그러니까 재미있게 살고자 마음 먹은 사람에게 이 세상은 재미투성이라는 걸.

 

168p
"삶은 경험이지 이론이 아니다.
삶에는 해석이 필요없다.
삶은 살아야 하고 경험해야 하고 누려야 하는 것이다.

매 순간 삶이 그대의 문을 두드린다.
하지만 그대는 머리로 궁리하고 있다.
그대는 삶에게 말한다.
"기다려라. 내가 문을 열어 주겠다.
그러나 먼저 결정 내릴 시간을 달라."

삶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평생토록 삶이 그냥 왔다가 간다.
그대는 살아 있지도 않고 죽어 있지도 않은 채
다만 고달프게 질질 끌려갈 뿐이다."

 


 

4. 마흔 살에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들

 

186p
어떤 답이 계속해서 떠오르지 않을 때는 그냥 그 문제를 잊어 버리는 것도 방법이다.
뇌가 그 문제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들을 통합할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193p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그러니 상대방에게 나에 대해 자꾸 알려 주어야 한다.
하고 싶은 말을 차곡차곡 가슴에 쌓아 두는 대신 그 말을 밖으로 꺼내야 한다.
어제와 다른 나에 대해 얘기해야 한다.
그래야 그 사람이 나에 대해 알게 된다.
그리고 절대 상대방을 다 안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
상대방에게 끊임없이 나를 알려 주고,
상대방을 끊임없이 알려고 노력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결혼 생활을 오래도록 유지하는 비결이 아닐까 싶다.

 

200p
사람이 성장하려면 어느 정도의 결핍과 좌절을 경험해야 한다.

 

205p
버틴다는 것은 그저 말없이 순종만 하는 수동적인 상태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 버틴다는 것은 기다림이라 할 수 있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참아 내는 것이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오늘 부단한 노력을 하는 것이다.

 

212p
거리를 두는 것은 아예 상대방에 대한 마음을 닫아 버리고 그가 무엇을 하든 개의치 않는 것이 아니다.
거리를 둔다는 것은 ... '상대방이 나와 다르다는 것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다.
그가 나와 다르다고 해서 그를 비난하거나 비판하지 않고 고치려고 들지 않는 것이다.
즉 상대방을 내 마음대로 휘두르려고 하지 않고 그의 선택과 결정을 존중하는 것이다.

 

212p
가까워진다는 것은 두 사람이 하나가 되는 게 아니다.

사랑이든 우정이든 두 사람이 친밀해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상대가 나와 다른 사람이란 사실을 알고 존중해 주는 것이다.
그렇게 서로의 영역을 함부로 침범하지 않으면서
서서히 자신을 열고 상대를 이해해 나가야 한다.

그래서 친밀함은 결과가 아닌 과정이고,
이를 지속하기 위해선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220p
하지만 상처가 두려워 사람을 믿지 않으면 행복도 없어져 버린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때문에 오늘의 행복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221p
예를 들어 여행할 때 ... 길거리를 다니며 만나는 사람마다
 ... 내 지갑을 훔쳐가지는 않을까 의심한다고 해 보자.
그러면 지갑은 지킬 수 있을지 몰라도 여행을 즐길 수가 없게 된다.

그렇게 지킨 지갑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여행의 맛을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223p
누군가 나에게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 기대를 저버리는 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기대를 저버린다는 건
'당신이 나에게 실망하고 나를 싫어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다 받아들이겠다'고 말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223p
서로 존중하고 진심으로 아끼는 관계는 
각자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는 선이 어디까지인지
섬세하게 조율할 수 있을 때 만들어진다.

 


 

5.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227p
모든 성장엔 고통이 따른다.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내가 머물고 있던 세계를 깨뜨려야만 하기 때문이다.

 

231p
어찌 보면 삶은 행동하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
다시 말해서 경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다양한 경험이야말로 우리의 삶을 다채롭게 만들어 준다.

철학자 파스칼의 잠언대로
우리가 인생에 대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은
삶을 우리가 우주를 경험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기회라고 가정하고,
그 시간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것뿐이다.

 

243p
그러고 보면 산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죽음이라는 숙명 앞에서도 허무주의에 빠지지 않고 살아가니 말이다.

 

246p
내가 죽는 날을 상상해 본다.
내 옆에서 두려움에 벌벌 떠는 나의 손을 꼭 잡아 주고
'사랑한다'고 속삭여 줄 사람이 있다면,
그리고 내가 '사랑한다'고 말해줄 사람이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그것은 내가 생에서 누려야 할 사랑을 충분히 주고받았다는 증거일 것이다.

 

248p
부모라면 누구나 아이의 수호천사가 되어 모든 위험으로부터 아이를 지키고자 한다.
그러나 그 생각이 지나치면 아이가 위험한 세상을 스스로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돕지 못하고,
아이가 위험에 처하면 어떡하나 싶어 한시도 아이 곁을 떠나지 못한다.

 

249p
아이가 '나도 할 수 있어'라며 부모의 손을 거부하기 시작하면
그것은 부모로 하여금 '내가 아이에게 덜 필요하고 덜 중요한 사람이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것이 인생의 순리다.
아이가 커 가면서 부모를 필요로 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250p
아이에게 혼자 설 수 있는 법을 가르쳐야 할 시간에
아이와 제대로 떨어지는 법을 몰라
부모와 아이 모두 상처 입는 경우가 허다하다.

 

250p
아이를 떠나보낸다는 것은
결국 아이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선택할 권리가 있음을 존중해 주는 것이다.
부모인 내가 바라는 아이가 아니라
그냥 자기 자신이 되도록 놔두는 것이다.

 

253p
무엇엔가 미쳐 본 적이 있는가?
마치 열애라도 하듯 무엇엔가 풍덩 빠져 본 적이 있는가?
자나 깨나 그 생각이요, 그 생각만 하면 가슴이 뜨겁고 두근거리며,
그 일을 할 때면 자신조차 잊어버리는 무아지경에 빠져 본 적이 있는가 말이다.

 

255p
하나에 미칠 줄 알면 다른 것에도 미칠 수 있다.
열애에 빠진 사람에게 세상이 신비롭고 아름답게 보이는 것처럼, 
... 내 안에서 피어오른 열정은 나와 다른 사람들과 세상,
그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게 만든다.

 

260p
"인간에게 가장 큰 재앙은 죽음이 아니라
살아가는 동안 내면에서 죽어 가는 것들이다."

 

263p
상처를 입고 그것이 회복되어 흉터로 남고,
다시 상처를 입고 그것이 아물어 또 다른 흉터가 되는 동안
나는 더욱 성장하면서 인생을 배웠다.

결핍과 상실로 인해 상처를 입고
때론 그것들을 메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때론 견디는 법을 배우며 인생을 만들어 나가는 것.

그러면서 더욱 풍요로워지는 삶을 경험하는 것이 인간이지 싶다.

 

266p
지금 겪는 고통이 끝이 없어 보인다 해도

당신은 분명 자신을 추스른 다음 움직일 것이고,
하루하루를 이겨 낼 것이고,
다시금 앞으로 나아갈 거라고.

그러니 힘든 상황을 헤쳐 나가고 싶다면
가장 먼저 당신이 스스로를 믿을 수 있어야 한다.

 

267p
죽음은 모든 것의 끝이다.

삶이라는 긴 여행의 끝이며,
그동안 누려 온 모든 기쁨과 행복의 끝임과 동시에
그동안 나를 괴롭혔던 모든 고통과 슬픔의 끝이다.

 

268p
죽음은 가르침이다.

그것은 남은 시간도 별로 없는데 비로소
왜,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가르쳐 주는 잔인한 스승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 하나하나를
그리고 순간순간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향유할 수 있도록
우리의 감각을 일깨워 주는 스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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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당신은 죽을 겁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매우 힘들어 한다.

... 그러나 이 거짓말은 죽어 가는 사람을 더 비참하게 만들고 죽음을 더욱 두려운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반 일리치의 표현처럼 ... '아무도 나의 처지를 이해하려 들지 않고 동정하지 않는다'라고 느끼게 할 뿐이다.

가장 안타까운 건 그렇게 서로가 뻔한 거짓말을 하는 가운데
죽어 가는 사람이 자신의 삶을 정리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작별할 시간을 놓쳐 버리는 데 있다.

 

 

 

 

 

* 본문 이미지 출처

  : (알라딘)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http://aladin.kr/p/Fzb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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