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2023.06.17)

한걸음 365 2023. 6. 17. 21:26

거리

 

마음 속에서 가까운 거리에 머물던 누군가는 그만큼 짙은 향을 남기고 가고,

가까운 거리에 머물던 또 다른 누군가는 마음 한 구석을 깊게 베어내고 간다.

 

상대방과 나의 거리가 가까울 수록,

향은 더 짙어지고,

상처도 더 깊어진다.

 

언젠가 그 어느 날,

잔뜩 가시를 품게 되어

내 입에서 나오는 말, 내가 행하는 행동들이

그 어떤 것으로도 부드럽게 포장하기 힘들 만큼 날카로워 질 때면,

난 잠시 그들에게서 멀어진다.

 

그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고 싶지 않기에.

나 또한 깊은 후회 속에서 몸부림치며 나 자신을 미워하고 싶지 않기에.

 

이런 마음이 충분히 전해지지 못한 것일까.

그렇게 시야에서 사라진 나를, 그들은 애타게 찾는다.

내가 한 보 물러나 있는 것을 보고 두 보 더 가까이 온다.

나는 이에 네 보 더 뒤로 물러난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추격전을 벌이다,

결국 그들에게 손목을 붙잡힐 때면

나는 그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고,

나에게는 끝없는 후회가 남겨진다.

 

그 어디에도 괴롭지 않은 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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