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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 (2023.03.17)

쉼 나는 항상 쉬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껴왔다. 공부, 일 이외의 다른 것을 하는 모든 시간에 짓눌리는 감정을 느꼈었다. 밥을 먹는 시간도, 잠을 자는 시간도. 그 모든 시간이 아깝게 느껴졌다. 밥을 먹는다는 것은 먹는 즐거움을 느끼기보다는 살기 위해 먹는 것에 가까웠으며 또 다른 공부, 일을 위해 끼니를 때우는 것에 불과했다. 꿈에서는 항상 누군가 나를 뒤쫓아 목숨을 위협하곤 했다. 아침의 나는 잔뜩 긴장하여 굳어진 몸으로 일어나거나, 땀에 적셔진 채 숨을 헐떡이며 눈을 뜨곤 했다. 다른 사람들과의 모임 자리에 가서도 하지 못한 일들과 해야 할 일들에 대한 생각에 짓눌려 그 자리를 온전히 즐기지 못했다. 힘이 부친다는 느낌이 들면, 그 느낌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 쉬어야 할 정도로..

2023.03.18

감정 (2023.03.14)

감정 하루하루를 버텨내던 그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힘들다', '괴롭다'도 감정이라면, 감정을 느끼지 않으면 되는 게 아닐까 하고. 아무것도 느끼지 않으면, 힘들지도, 괴롭지도 않지 않을까 하고. 그 이후로 난 현실의 괴로움을 잊으려 느끼지 않으려 했다. 감정의 높고 낮음도 없는, 그 가운데. 0이 위치하는 그 언저리에 머무르고자 했다. 그로부터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마음이 한결 초연해졌다. 어쩌면 감정의 롤러코스터에서 한 걸음 떨어져 안정감을 얻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그만큼 나는 무릇 사람에게서 느낄 수 있는 온기를 잃고 그대로 메말라 무미건조학고, 냉기가 느껴지는, 굳어진 땅이 되었다. 그리고 이따금씩, 0의 언저리에서 잘 지내다가도 문득문득 날 휘감는 일련의 감정들..

2023.03.15

시작 (2023.03.12)

시작 앞으로는 블로그에 글을 써보고자 한다. 하루 중 약간의 시간에 짬을 내어 쓰는 글이라 길게 쓰지는 못하겠지만, 내 머릿속 수많은 생각들의 단면을, 그 작은 조각들을 나중에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남기고 싶어졌다. 내 머릿속에는 정말 무수한 생각이 자리하는데, 바쁜 일상을 보내다 보면 문득문득 떠오르는 생각들을 곱씹지 못하고 지나칠 때가 있다. 내가 지나온 길에 분명 그 생각들이 있었지만, 이를 곱씹지 않으면 그 생각들이 그대로 흩어져 사라져 버리는 기분이다. 그리고 그것은 뭔가를 잃은 듯한 상실감으로 이어진다. 난 분명 그 자리에 있었고, 그 길을 지나왔으나 막상 내 안에서 이를 증명할 뭔가를 찾아보라고 한다면 내어 줄 것이 아무것도 없는 듯한 그 기분 말이다. 해서 내가 그 곳에 있었음을 증명하기..

2023.03.13